"검투사가 위기의 순간 칼을 쥐듯…그립, 본능적으로 잡으세요"

입력 2019-01-03 18:26  

한·미·일 3국 투어 챔프 김영의 달콤한 골프
(1) 싱글로 가는 첫걸음, 그립

그립은 이론보다 감각이 중요
샷 하기 전에 그립 의식하면 스윙 흐름에 걸림돌 될 수도
조물조물 만지다 그냥 쥐어야

손가락·손바닥으로 함께 잡고
'위크'보다 스트롱 그립이 유리



[ 이관우 기자 ]
2019년 새해를 맞아 국내 최고 인기 골프 강사인 김영 프로의 ‘달콤한 골프’가 이번주부터 매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. 1998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김 프로는 이듬해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에서 통산 5승을 거둔 글로벌 챔피언 출신입니다. 지난해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‘대한민국 베스트 골프 교습가 톱10’에 선정(골프다이제스트)되기도 했습니다. 실전 경험과 이론을 두루 갖춘 김 프로의 30년 골프 내공에서 달콤한 해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.

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.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어떤 계획과 다짐을 했을까 생각해봅니다. 100타 깨기, 싱글 진입, 비거리 늘리기, 슬라이스 고치기 등…. 목적은 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‘더 나은, 더 재미있는 골프’를 하고 싶은 마음만은 같으리라 봅니다. 올해에는 무엇이든 다 이루고, 더 많은 분이 행복한 골프를 즐길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. 저도 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의미 있는 겨울 골프투어와 여행을 계획 중이랍니다. 독자 여러분도 ‘골프 버킷 리스트’를 만들어서 하나씩 실천해보면 어떨까요.

밸런스·타이밍·궤도…‘BTS’ 깨우쳐야

제가 골프를 시작한 계기는 ‘살 빼기’였습니다. 어렸을 때 아주 ‘통통(?)’했었는데, 부모님이 운동을 좋아하는 저에게 ‘골프하면 날씬해진다!’고 유혹했고, 여기에 제대로 걸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클럽을 잡은 거죠. 그래서 당시 동네 연습장의 프로 강사에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. 스윙 원리가 뭔지도 모른 채 ‘똑딱이’부터 그저 시키는 대로 반복 훈련을 했고, 힘이 좋아서 한 방 맞으면 멀리만 날아가던 시기였죠.

하지만 사실 프로가 되고 나서도 이런 동작은 왜 꼭 필요한지, 저런 동작은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. 스윙의 이치를 깊이 고민하고 깨닫기 시작한 건 한참 뒤였습니다. 후원사였던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전폭적인 배려로 미국의 데이비드 리드베터 같은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들을 찾아다니며 배우던 때였습니다. 그때야 비로소 원리 이해의 중요성을 알게 된 거죠. 아마도 제가 골프 레슨 방송이나 개인 레슨을 할 때 많은 분께 강조하는 ‘BTS론’, 즉 밸런스(balance), 타이밍(timing), 스윙궤도(swing plane)의 기반이 그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. 그런 천금 같은 기회를 갖게 해준 후원사에 대한 감사함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.


그립은 본능으로, 무의식으로

새해 첫 번째 레슨 주제를 그립으로 잡으면서 ‘식상하지 않을까’란 생각을 안 한 건 아닙니다.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립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‘기본’은 없다는 결론입니다. 타이거 우즈(미국)도 늘 라운드 직전 “내 그립이 제대로 됐나요?”라고 코치에게 물었다고 하죠.

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그립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‘빈틈없이 견고하게, 손안에서 놀지 않게, 편안하되 힘 전달이 잘 되게’라는 기본은 지켜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. 말씀드리고 싶은 건 세 가지입니다. 우선 ‘본능적인 그립이 불필요한 힘을 빼준다’입니다. 마치 검투사가 칼을 잡을 때처럼 말이죠. 생각보다는 쉽게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. 아마추어 골퍼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‘지식으로 그립을 잡으려 한다’는 것이었습니다. 그립을 몸 중앙으로 가져와 눈으로 그립 잡는 과정을 살펴보며 ‘왼손 검지는 몇 시를 가리키고, 오른손 엄지와 검지는 신체의 어디 어디를 가리켜야 한다’ 등의 이론에 신경쓰다가 정작 손과 팔, 어깨 등이 굳어서 오히려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. 그런데 프로들을 보면 샷을 하기 전 그립을 양손으로 조물조물 만지다가 한순간에 잡고 그대로 샷을 합니다. 그립 이론을 머리에 담고는 있지만 감각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죠. 눈으로 보고 잡는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.

두 번째는 ‘손가락+손바닥으로 함께 잡아라’입니다. 요즘 손가락 그립을 많이 강조하는데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. 그건 미국인 같은 서양인 몸에 맞춰진 골프 이론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팔다리와 손가락이 긴 그들의 체형에 맞춰졌기 때문입니다. 올바른 셋업을 하고 바른 척추 각으로 클럽을 잡으면 미국인은 자연스럽게 면적 비중이 큰 손가락에 그립이 많이 접촉하고, 손가락 비중이 적은 한국인은 대개 손가락과 손바닥에 그립이 놓이는 게 체형적으로 정상이라는 얘깁니다. 투어를 뛰면서 선수들과 누구 손바닥에 굳은살이 가장 많이 생겼나 확인한 적이 있었어요. ‘굳은살 왕’은 늘 신지애 선수였습니다. 신기한 건 굳은살이 모두 왼손 새끼, 약지, 중지 손가락 아래 세 군데에 있었다는 겁니다. 그립을 확실히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함께 잡고 있다는 얘기죠. 손가락으로만 잡으면 힘 전달이 제대로 안 되고, 손바닥으로만 잡으면 손목 움직임이 둔해집니다. 힘 전달과 컨트롤을 모두 좋게 하려면 왼손 검지 맨 아래 첫마디에서 시작해 중지부터는 손바닥에 닿는 사선 그립을 잡아야 합니다.

마지막으로 ‘위크보다는 스트롱 그립이 유리하다’입니다. 그립은 백스윙에서 임팩트에 이르는 과정에서 원래의 정상 자세로 복귀하려는 성질이 있다고 합니다. 스트롱 그립은 왼 손목을 일부러 몸 안쪽으로 틀어(돌려) 잡은 것이어서, 결국 임팩트 때 틀어진 손목이 몸 바깥쪽으로 되돌아가면서 함께 클럽이 돌아 페이스가 약간 닫혀 맞게 되죠. 결국 드로샷이 만들어지게 됩니다. 위크 그립은 반면 그립을 잡은 손이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현상이 약해 로테이션과 릴리즈가 잘 안 된다는 게 단점입니다. 헤드 스피드에서, 거리에서 늘 손해를 보고 슬라이스도 많이 납니다.

올겨울엔 프로들이 선호하는 약간의 스트롱 그립을 연습해서 ‘무심코 잡아도 되는’ 경지에 올라보는 건 어떨까요. 참고로 전 오른손을 왼손에 살짝 대는 수준으로 약하게 잡습니다. 물론 임팩트 때에는 최선을 다해 힘을 써야 거리가 납니다.

■김영 프로는

▷ 강원체고, 경희대 골프경영학과
▷ 1998년 한국여자프로골프(KLPGA)투어 데뷔
▷ KLPGA 3승, LPGA 1승, JLPGA 1승 등 통산 5승(메이저 1승)
▷ SBS골프, 스포월드 골프 인스트럭터
▷ SBS골프 해설위원
▷ 한경골프최고위과정 필드레슨 강사
▷ 2018 대한민국 베스트 골프 교습가 톱10

김영 < 골프 인스트럭터 겸 방송해설가 >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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